대한민국 진보의 담론이란 삼국지와 같다
나같이 눈치라고는 꽝인 인간조차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모두의 눈에 쉽게 띄는게 입진보적 사고방식의 그늘에 가려진 흠결이라면, 사실 이 영역은 애초에 누구나 조금만 진지함과 심각함을 마음에 품고 관찰해보면 다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거라고 봐야함. 근데 이 간단한걸 끝까지 받아들이기 거부하고 있는 작태는 이글루스 수꼴진영들 말마따나 정신병리적 증상이라 말할수 있을것임.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집요하게 탐구하고 사고실험을 거쳐 봤는데, 그 결과 가능성 있어보이는 시나리오로 얻은 결론은 대략 다음과 같음.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예술에서조차도 정답과 모범답안을 강박적으로 강요한다. 음악학원에서는 클래식음악을 그 어떤 일점일획의 흐트러짐도 없이 메트로놈에 맞춰서 모든 음표를 철저히 지켜가며 연주하는걸 강제하게 되고, 미술학원에서는 정물화 소묘 데생 이런 스킬을 철저히 손에 익혀서 일점일획의 오차도 없이 고전 명화를 그대로 복사해내는 훈련을 강요함. 영어는 무슨 비교언어학 석사들이나 할 공부를 중고교생들에게 시키는데, 이게 아주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수학적으로 프로그래밍 언어처럼 질서정연하고 정갈하게 딱 떨어지지 않기로 악명높은 영어라는 언어를 억지로 분석적이고 연역적으로 이해하게 만들어서 혼돈오브 카오스를 유발하기 때문. 그냥 모든 단어의 뜻을 동작을 나타낸 사진과 그림으로 연결시켜서 이해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문법만 다양한 상황에서 자연스레 반복해 습관처럼 몸에 배도록 만드는게 다이며, 실제로 한일 두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그렇게 가장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영어라는 언어를 그렇게 철저히 작위적이고 괴기스럽게 가르침. 국어는 시를 그냥 읽고 자기주관에 따라가는게 아니라, 정글고만화에서도 지적한것처럼 '이 시는 이런 제재와 주제를 이 형식에 넣어서 표현하고 있다'라고 무슨 기계의 작동원리를 다루는 것처럼 가르침. 수학은 현실과의 접점을 자기나름대로 탐구하며 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일 틈을 주지 않고, 수학의 정석으로 대표되는 자비심없는 아닌밤중에 홍두깨 올콤보같은 책들로 계속 뜻모를 날카로운 글자쪼가리들을 머리속에 집어넣도록 강요함. 이런식으로 지식을 역기능적이다 못해 엽기적인 방사성 폐기물로 가공해서 가르쳐놓고는, 모든 사람을 이과와 문과의 두줄로 세우고 얼마만큼 사람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는가를 점수순으로 끊어댐. 이런식으로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아주 헛보내게 만들어놓는걸로도 모자라서 군대 2년을 그냥 나라지키는 노동을 하는 공간 이상의, 학교의 연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온갖 교묘한 장치들을 여기저기 덕지덕지 발라놓음. 지역을 제외한 그 어떤 기준으로도 사람을 비슷한 놈들끼리 모아주지 않으며, 그에 의해 발생하는 오만가지 답안나오는 사건사고들은 그저 사회생활을 위한 경험이라는 미명하에 포장됨. 그래놓고 사회에 나가면 군대에서 익혔던 상명하복적 수직권력관계에 대한 이해와 눈칫밥을 바탕으로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다루는 일의 모든 큰 틀과 진행상황을 매우 제한된 정보만으로 CSI수사팀의 범인추적마냥 어림짐작으로 귀신같이 파악해내고, 현재상황에서 내가 어떤 지저분하고 짜증나는 노가다를 해내야 가장 상사가 안락해지는가를 철저히 계산하며 의미를 느낄수 없는 서류더미 글자쪼가리들과 죽을날까지 무한한 씨름을 하며 살아야 함. 신입으로 들어오면 직장 한구석에 내팽개쳐질뿐, 선임의 현장일에 대한 디테일한 지식과 노하우 전수따위는 기대할 수 없음. 야근이 현실적으로 어쩔수없이 필요한 분야의 업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야근을 많이 시키면 시킬수록 일의 능률이 높아질거라는 구시대적 미신에 사로잡힌 꼰대들이 항상 야근을 시켜댐. 회식에서 술들이붓기 말고는 멤버십트레이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못잡는 사람이 아직도 절대 다수임. 그리고 이런 세태에 뭐라 불평하면, 사람으로서 당연히 근성과 악으로 견디고 버텨야 할 일이라는 심각한 꾸중만 들음.
이런 환경에서, 진중권이니 박노자니 촘스키니 하는 책을 읽고 술술 받아들이고 나면, 이런 모든 끔찍하고 역기능적이며 비과학적이고 반능률적인 작태들이 신자유주의니, 자본주의니, 보수주의니 하는 것과는 층위와 결이 다른, 엇갈린 위치에 있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필연적인 원인으로 오해해서 받아들이게 됨. "아아! 과연 자본주의와 국가주의의 결탁이라는게 이런식으로 인간을 훈련시켜 키워내서 이렇게 깨알같이 쪽쪽 써먹는구나! 정말 귀신같이 말 되는군!" 이렇게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분절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고도의 훈련을 별도로 받을 기회가 없는 한 긍정적인 형태로 개선되기 극히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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